다국적기업에 물리는 ‘디지털세(稅)’ 과세 대상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줄여온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과세를 강화하려고 시작된 국제사회 논의가 확대되면서 한국 대표기업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하고 139개국이 참여한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어제 다국적기업 본사가 있는 국가뿐 아니라 매출이 발생한 국가도 과세권을 나눠 갖는 ‘디지털세’, 법인세 인하 경쟁을 줄이기 위한 15% ‘글로벌 최저한세율’에 사실상 합의했다.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되면 이르면 2023년부터 매출 200억 유로 이상, 영업이익 10% 이상인 다국적기업의 10% 초과 이익 중 20∼30%에 매출이 발생한 나라가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된다.
디지털세 대상 100여 개 글로벌 기업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포함돼 지금까지 한국에 내던 법인세 일부를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 내야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매출의 8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세금을 현지에서 내게 될 것이다. 기업이 내는 세금의 총량은 같아도 한국 국고로 들어오는 세금은 줄어든다. 2019년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는 10조5400억 원, SK하이닉스는 5조1000억 원으로 두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 72조2000억 원 가운데 21.7%나 되는 만큼 정부는 세수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기업의 사업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하한선인 15%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본사를 둘 경우 차액만큼 다른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규제환경, 인재 확보의 용이성 등 다른 조건들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는 해외로 나간 기업을 유턴시키고, 외국 기업 투자를 늘려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경쟁국보다 높아 추가로 낮출 여지도 있다. 규제의 혁파와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로 국제 경제 질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