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어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비대면 영상 선언에서 최저한의 생활을 국가가 책임지는 신복지 정책 추진, 중산층 70%로 확대 등 5대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의 학교였다”며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되,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적통을 잇는 후보임을 내세워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장수인 2년 7개월을 재임한 뒤 집권 여당 대표까지 지낸 그의 가장 큰 과제는 ‘문 정부 시즌2’라는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국 사태와 부동산 실정 등 악재가 겹칠수록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영향을 받아오곤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의 강’을 건너야 ‘본선의 산’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올 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를 거론했다가 친문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하자 물러선 게 단적인 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중대한 잘못이 있을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후보를 냈다가 패한 것도 정치적 부담이다.
이 전 대표는 “지금은 불안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또 “대통령은 국가의 얼굴이다. 국가의 얼굴다운 품격과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를 겨냥해 안정감을 본선 필승카드로 강조한 것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여당의 독주가 심해지고 불공정과 양극화,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 등이 더 악화됐다는 비판이 많다. 그는 “정치와 경제 등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했지만, 왜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건지,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단절하겠다는 건지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 친문 지지층을 기반으로 반(反)이재명 전선의 구심점이 돼 대선후보에 오르겠다는 전략은 국민과는 무관한 정치 논리일 뿐이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성찰이 없는 미래 비전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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