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부터 농구에 걸린 금메달 수는 2개에서 4개로 늘어났다. 남녀부 모두 3대3농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3대3농구를 여전히 ‘동네 농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아재’라고 할 수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때는 비보이, 비걸도 ‘올림피안’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브레이크댄싱’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브레이크댄싱 경기는 선수 두 명이 무대 위에 올라 일대일 대결을 벌이는 ‘댄스 배틀’ 형식으로 진행한다.》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브레이크댄싱을 정식 종목으로 추천하면서 “브레이크댄싱은 국제댄스스포츠연맹(WDSF)에서 공인한 스포츠”라고 강조하며 “젊은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싶은 영상이 나오는 종목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IOC 집행위원회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브레이크댄싱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올림픽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정식 종목을 추천할 권한이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올림픽이 젊은 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새롭게 서핑, 스케이트보딩, 스포츠클라이밍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것 역시 젊은 팬 확보와 무관하지 않은 전략이다.
IOC가 전통적인 ‘스포츠 문법’을 파괴하면서까지 젊은 팬 확보에 열을 올리는 건 갈수록 올림픽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인기가 떨어지면 TV 시청률도 떨어지고, TV 시청률이 떨어지면 IOC 주수입원인 TV 중계권료도 떨어진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전체 예산 가운데 74%를 TV 중계권료로 마련했다.
○ 재미없는 종목 빼기 vs 재미있는 종목 넣기
IOC가 올림픽 뒤 내놓는 시청자 분석 보고서인 ‘글로벌 브로드캐스트 앤드 오디언스 리포트(Global Broadcast and Audience Report)’에 따르면 2000년 시드니 대회 때는 전 세계에서 올림픽 시청에 총 361억 시간을 썼다.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300억 시간으로 16년 만에 올림픽 시청 시간이 4분의 3 정도로 줄어들었다.
IOC는 ‘재미없는 종목’을 빼서 올림픽을 바꿔보려 했다. 근대5종, 레슬링, 태권도 등이 올림픽 종목에서 빠질 위험에 처했던 이유다. 이에 세계태권도연맹(WT)은 전통적인 흰색 도복을 탈피해 ‘컬러 도복’ 착용을 허락하며 생존을 모색했다. 관객은 물론이고 TV 시청자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또 머리 공격과 돌려차기에 3점을 주는 차등점수제를 도입해 선수들이 눈에 잘 띄는 ‘큰 기술’을 쓰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올림픽 퇴출 처방을 받으면 각 종목은 생존 비법을 찾게 마련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IOC는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과 맞서 싸우는 데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IOC는 기존 종목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이미 늙은 종목’이 ‘젊어 보이는 척’을 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진짜 젊은 종목’을 도입하는 양면작전을 펼친 것이다.
물론 여러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올림픽이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 이번 도쿄 대회 때 종목별 출전 인원을 찾아보면 리우 때와 비교해 육상은 105명, 남자 역도는 64명이 줄었다. IOC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퇴출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레슬링(56명)보다 두 종목 인원이 더 많이 줄었다.
IOC에서 두 종목 출전 인원을 제일 크게 줄인 건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이 만연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육상에서는 러시아에서 국가적으로 도핑을 저질렀으며 역도는 도핑 추후 적발로 올림픽 메달리스트 이름이 바뀌는 일이 드물지 않다. 깨끗하지 못한 걸 싫어하는 것 역시 전 세계적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공유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도쿄 대회는 또 남자 종목에 걸린 금메달 비율(48.6%)이 50% 밑으로 내려가는 첫 번째 대회이기도 하다. 반면 여자 종목에 걸린 금메달 비율(45.8%)은 역대 최고치다. 혼성 종목 숫자도 리우 대회 때 9개에서 18개(5.6%)로 두 배로 늘어난다. 양성평등 역시 MZ세대 핵심 가치다.
○ 한국인에게 올림픽은 무엇이 될까?
한국에서도 갈수록 올림픽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림픽 평균 시청률은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34.2%를 기록한 뒤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KBS1 10.5% △MBC 5.3% △SBS 4.3%까지 시청률이 내려갔다.
한국인이 올림픽을 통해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건 한국갤럽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여론조사업체는 올림픽이 끝날 때마다 ‘올림픽을 통해 생활이 즐거워졌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 설문을 진행한다. 2012년 런던 대회 때만 해도 84%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4년 후 리우 대회 때는 이 비율이 역대 최저인 55%까지 떨어졌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36%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대해 정윤수 스포츠평론가(한신대 교수)는 “올림픽을 통해 ‘국민’이 되고 ‘애국’을 실천하고 ‘국가’를 드높인다는 식의 발상 자체가 효력을 잃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IOC에서 ‘문법’을 바꾸는 동안 한국 스포츠계는 국민체육진흥법에서 ‘국위선양’이라는 낱말을 지우는 것으로도 진통을 겪어야 했다.
리우 대회 때 한국 스포츠팬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종목은 배구였다. 당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4강에 오른 뒤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내며 한껏 기대를 받았다. 반면 이번 도쿄 대회를 앞두고 간판 스타였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사태로 코트를 떠나는 악재가 터졌다. 배구 역시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번 대회는 김연아(피겨스케이팅), 박태환(수영), 장미란(역도)처럼 한국 선수단 전체를 대표하는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니 도쿄 대회가 끝났을 때는 ‘올림픽으로 인해 생활이 즐겁지 않았다’는 응답이 더 많다고 해도 놀라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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