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10년 장기집권 노리는 좌파 교육 권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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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방치하다 임기 말 조직만 늘린 與
교육부 위에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단념하라

이진영 논설위원
이진영 논설위원
저출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 명으로 대학 신입생 정원(50만 명)의 절반밖에 안 된다. 초중고교 50곳이 폐교됐고, 신입생 정원의 9.1%를 뽑지 못한 대학들은 도미노 폐교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구조개혁이 한창이겠지만 정부는 대대적인 교원 및 대학 구조조정을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 6∼8년 후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사학연금 개혁은 손도 대지 않았다.

교육개혁은 외면하던 정부가 임기 말에 교육 담당 정부조직을 두 개로 늘리는 엉뚱한 일을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국가교육위원회의 연내 출범을 공언한 후 여당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열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때만 해도 예의상 시늉만 할 뿐 이달 초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문제가 많은 법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조직으로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해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역할은 교육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장관급 교육위가 정책을 결정하면 부총리급 조직인 교육부는 집행하고 그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이상한 구조다. 교육부를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국가교육위를 신설한 탓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교육위가 지는가, 교육부가 지는가.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과 행정비용 증가, 책임 전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교육위법은 국가의 주요 정책을 국무회의에서 심의하도록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고, 교육부를 교육의 주무 부처로 규정한 정부조직법과 충돌하며 위원회 설치 요건으로 ‘기존 행정기관과 업무가 중복되지 않을 것’을 요구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법에도 맞지 않는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공청회와 논문에서 누누이 지적했던 사항들이다.

국가교육위는 초정권적 기구라는 주장과는 달리 대통령과 여당 추천 몫 위원 등을 감안하면 과반이 전교조를 포함해 친여 인사들로 채워지는 구조다. 출범은 내년 7월이지만 위원과 사무처 직원 인사는 그 전에 할 수 있도록 부칙도 달았다. 임기 3년의 위원들은 10년의 교육 계획 결정권을 갖는다. 정권이 바뀌어 교육부는 넘겨주더라도 국가교육위만 있으면 좌파 교육 권력은 10년간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셈이다. 국가교육위 사무처와 산하 상설 위원회들, 국가교육위가 지정권을 갖는 교육연구센터까지 ‘자리’도 대폭 늘어나 ‘전교조 복지법’(김종민 변호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도 대통령 자문기구로 국가교육위와 비슷한 국가교육회의가 있는데 친여 편향적 위원 구성에 무능한 일 처리로 “하는 일 없이 예산만 축낸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교육부는 수능 정시 비중과 교원 양성 규모 결정이라는 민감한 과제를 교육회의로 떠넘겼고, 교육회의는 특위,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에 하청, 재하청을 주느라 예산과 시간을 낭비한 끝에 결론도 못 내리고 교육부로 다시 떠넘긴 흑역사가 있다. 교육회의의 실패에도 그보다 규모와 권한이 훨씬 강화된 국가교육위를 임기 말 정권이 알 박기 하듯 신설한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국가교육위가 교육부와 뒤엉켜 교육 현장에 초래할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이쯤에서 국가교육위 출범을 포기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해선 안 된다.

#10년 장기집권#좌파 교육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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