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위원회 설치가 남발돼 지난해 말 기준 593개로 역대 최다라는 기사를 봤다. 한마디로 위원회 홍수 시대다. 문제는 이들 위원회가 국민 혈세만 축내고 제구실을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무려 58곳은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고 딱 한 번 회의를 한 위원회는 63개나 된다고 한다. ‘빛 좋은 개살구’요, 옥상옥(屋上屋)이라 할 수 있다.
행여 정부기관이 처리하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위원회에 떠넘긴 경우는 없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할 주무 기관이 잘못된 정책으로 질책을 받을까 봐 면피용으로 그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슬며시 일거리를 던진 게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위원회에는 그 분야 전문가도 아닌 비전문가들이 속해 있다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제구실을 못하고 국민 혈세만 축내는 유명무실한 위원회는 당장 폐지돼야 한다. 또 자기편 끌어안기나 보은을 목적으로 한 감투용 자리로 불필요한 위원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위원회 운영을 위해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데, 정부기관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들러리 위원회가 남발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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