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보통의 인간[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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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안 소설가
최유안 소설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중

올봄 첫 소설집 ‘보통 맛’을 출간한 후 독자들이 써주시는 리뷰를 감사히 읽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마주한 실패의 감정에 공감하는 리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책 속에는 겉으로 성공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 상실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나는 내가 그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지지고 볶으며 사는 이야기. 그런데 근사한 집을 짓거나 투자에 성공하거나 학위를 따고도 그들은 거듭 실패하고 있었다. 인간관계에 실패하거나, 배신당하거나, 스스로 침몰하거나. 다시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삶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법이니까.

여기 거대한 실패의 이야기가 있다. 그 유명한 파우스트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홀리겠다며 내기를 청하자 신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파우스트는 ‘방황하면서도 결국 올바른 방향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신은 부연한다. 하지만 결국 메피스토의 제안을 받아들인 파우스트는 실패를 반복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이야기의 끝은 그의 죽음이지만 우리는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희로애락을 읽는다. 그러니 소설을 읽는 것은 어쩌면 인물의 실패와 성공을 목격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매일 죽음에 가까워지는 우리는 왜 아니겠는가. 살며 노력하는 한 우리의 실패는 거듭된다.

그래도 나는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다양한 실패를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자꾸 넘어지면서도 잘 걷는 법을 찾으려고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넘어짐을 반복하며 적어도 다시 그 자세로 넘어지지 않는 법을 체득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방황#인간#보통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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