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어제 저녁 만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맞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더 넓고 두텁게 지원하는 쪽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다시 짜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또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던 여당의 방침을 바꿔 전 국민에게 나눠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야당 안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자,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충분히 지원하고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지급 대상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얘기를 듣지 못해서 합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 대표에게 설명을 들어보니 합의문을 쓴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의사 교환을 한 수준인데 각자 해석을 다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재원을 먼저 확대해서 쓰고 나면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내의 거센 반발에 따라 합의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일각에서도 전 국민 지원금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 중 10조7000억 원은 소득 하위 80% 가구에 1인당 25만 원씩 나눠주는 지원금이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몫은 희망회복자금 3조2500억 원과 올해 7∼9월 피해보상 명목의 6000억 원이다. 집합금지,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96만 명에게 지급하지만 상한인 900만 원을 받는 이는 0.3%뿐이고 72%는 300만 원 이하 보상을 받는다. 1년 이상 계속된 영업 손실을 벌충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힘든 액수다.
게다가 어제부터 거리 두기 4단계가 수도권에 적용돼 음식점, 카페, 주점 주인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방역기준이 완화된다는 정부 말만 믿고 직원을 뽑고, 식재료를 더 주문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곳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런 만큼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에 대한 직접 보상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재정 여건이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당내 의견 수렴도 없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은 적지 않은 후폭풍과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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