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여는 기초 작업을 하는 마음이었다. 조직 개편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만큼 이제 뛸 수 있는 인적 물적 준비는 마련됐다.”
4·7보궐선거로 서울시청에 재입성한 오세훈 서울시장(60)은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6년 7월 1일∼2011년 8월 26일 서울시장을 지낸 오 시장은 18일로 1985일째 서울시장을 맡고 있다.
전임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3179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장수 시장이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때 6층 집무실에 있던 수면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에 작은 책상을 뒀다.
약 1시간 동안의 인터뷰 내내 오 시장은 원고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안, 부동산 대책 등 시정 현안을 막힘없이 답변했다.》
―선거 때 ‘첫날부터 능숙하게’라고 했는데, 취임 100일을 평가해 달라.
“공약을 반영해 일을 하려면 조직 개편과 추경안 통과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조직 개편은 거의 바꾸고 싶은 체제로 바꿨고, 추경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살렸다. 뛸 수 있는 기본은 시의회의 협조 끝에 마련됐다.”
―여당이 절대 다수인 시의회와의 협조가 쉽지 않았을 텐데….
“6월 한 달은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시의회 의원들과 같이했다. 상임위별로, 4선 이상, 의장단 등 거의 3, 4주 동안 식사 정치를 한 셈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안 오신 분도 계셨는데 점점 분위기가 좋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시의회 110석 중 101석 아닌가. 의회가 맘만 먹으면 식물시장을 만들 수 있다. 갈등적 요소는 줄이고 합의할 수 있는 것만 전면에 내세워서 대화하는 방식을 취했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 ―최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자가 치료 시스템’을 언급했다.
“싱가포르는 8월 5일 전후로 2차 접종률을 67%까지 올린다고 한다. 전 국민이 한 번씩은 백신을 맞는 셈이다. 이 정도면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대하는 게 가능하다. 일상에서 걸리면 치료하고 약간 조심하며 관리하는 게 가능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2차 접종률이 10%대 초반 정도밖에 안 돼 당장 논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4차 피크가 지나고 8월 말부터 백신 사정도 호전되면 그걸 전제로 우리도 그때쯤 싱가포르의 시스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면 1인당 600만 원이 든다. 언제까지 격리를 시키겠나.”
―취임 초 ‘서울형 상생방역’ 제안했는데….
“서울형 상생방역은 사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자영업자 영업시간에 차등을 둬 생업의 타격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으로 방역을 최대화한다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해 채택된 게 거의 없었다. 처음 제안했을 때 자가검사키트가 보편적으로 활용됐다면 많은 확진자가 밝혀지고 지금의 4차 대확산을 어느 정도 막았을 것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은 다른 듯하지만 같다”고 했다.
“공공 재개발·재건축과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시장에서 혼용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두 시스템이 경쟁도 하고 협업도 하면서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투기 방지책 마련에는 이해관계를 같이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조금 다르다. 재건축 안전진단기준 완화나 초과이익 환수 등은 정부가 양보한 게 없다. 저는 ‘주택임대차 3법’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아직 손댈 생각이 없고 답답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공급에 관해서는 함께 경쟁하면서 주민 선택에 따라 해나가자는 공감대가 있다.”
―박 전 시장 재임 때 추진한 사회주택 사업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적지 않다.
“10년간 방향 설정을 잘못한 주거 정책 중 하나다. 사회적 협동조합 내지는 중소 건설업체가 서울시가 제공하는 땅에 주택을 지어 장기 임대사업을 하는 것인데 구조를 보면 ‘중간 마진’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물량도 민간 기준 4000가구 정도이고 실제 입주한 것은 1000가구 남짓이다. 사회적 기업 등이 계속할 이유가 없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관리하면 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예컨대 100억 원이 투입됐는데 절반 정도가 인건비로 빠지면 예산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금까지 파악한 것은 특정 시민단체가 거의 다 장악하다시피 했다. 중간에서 시민단체가 관여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들이 서울시로 계약직이나 개방직 형식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직원들은 무언의 압력을 받게 된다. 이런 일들이 한두 건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전부 다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런’ 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층 간 이동 사다리 복원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게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를 더 심하게 한 것이다. 자산 격차를 벌려놓은 게 부동산이고, 소득 양극화를 벌려놓은 게 역설적이게도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었다. 제가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서울시만이라도 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해 보자며 내놓은 게 ‘서울런’이다. 소득, 주거, 복지, 일자리 격차 해소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 격차 해소가 이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의지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공부 잘하는 애들을 따라갈 기회를 줘야 할 것 아닌가. 그게 서울런이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도가 나왔다면 설명해 달라.
“저와 몇 달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격렬하게 해왔던 논쟁인데 이 지사가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서 꼬리를 내린 것 같다.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로봇 등의 영향으로 과도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 실리콘밸리 등에서 나온 논의다. 안심소득은 그 대안이다. 어려울수록, 가난할수록 지금보다 더 받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이어야 한다. 처음에는 중위소득 100%, 정확히 중간을 자른 뒤 (저소득층에) 주는 것을 생각했는데 지금은 밑에서 25∼30% 안팎의 어디쯤을 잘라야 할지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강서구 일가족도 복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기초수급자 제도로 가난한 분들을 다 보호하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자산 기준 등 여러 제약 때문에 사실 절반 이상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분들을 안심소득으로 다 구제할 수 있다. 우선 서울시 단위에서 몇백 가구를 대상으로 실험할 것이다. 비용도 100억 원 밑으로 최소화해 미래형 복지 시스템의 방향에 관한 대안을 모색하는 실험을 해보려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가 방향을 잡은 전 국민 고용보험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고용보험기금도 급격하게 줄고 있는 데다 자영업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건희 기증관’의 서울 건립을 둘러싸고 부산, 대구 등 지방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2만 점이 넘는 작품을 동시에 전시할 수는 없다. 수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순회 전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훨씬 더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대선 출마는 안 한다고, 서울시장에 재도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서울비전 2030위원회’ 사업들이 대부분 5년 계획이다.”
―30대 당 대표 선출 등 국민의힘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바람직한 변화의 시작이다. 우리 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실망, 이런 것들이 젊은 당 대표 선택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원내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부족한 부분은 빠른 속도로 채워 나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의 언어로 정치권의 언어가 표현되는 순간 오히려 더 피부에 와닿는 정치 언어로 진화해 가는 단계라고 평가하고 싶다.”
오세훈 서울시장
△ 서울 출생(60) △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 제16대 국회의원(2000∼2004년) △ 제33, 34대 서울시장(2006년 7월∼2011년 8월) △ 제38대 서울시장(2021년 4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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