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사람 잡는 백신 가짜 뉴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0일 03시 00분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킨 가짜 뉴스들을 분석해 ‘가짜 뉴스 제조 수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질병이나 건강은 누구나 관심이 많은 사항이어서 단골 소재로 쓰인다. 충격적인 거짓말을 날조하거나 가짜 뉴스를 전할 ‘유용한 바보’를 이용하면 전파력이 커진다. 마치 코로나19 팬데믹을 예견한 듯한 이 분석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뒤흔드는 백신 가짜 뉴스 얘기다. 비영리단체 디지털 증오 대응센터(CCDH)가 올해 2, 3월 소셜미디어의 백신 가짜 뉴스 81만 건을 분석했더니 최대 SNS인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제조기로서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정보의 73%가 단 12명의 ‘위험한 인플루언서’로부터 나와 5900만 명의 팔로어에게 퍼졌다. “백신이 생식 기능을 해친다” “코로나가 5G로 퍼진다” 등의 근거 없는 정보들이 낯선 질병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파고들었다.

▷사실 가짜 뉴스는 정치적 술수의 일부로서 역사와 함께했다. 특히 인쇄술과 라디오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의 백신 가짜 뉴스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SNS의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거짓정보 감염증)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을 키우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 백신 가짜 뉴스는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현지 상황에 맞춰 내용이 각색돼 점점 더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변이를 만들어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이 “미국의 백신 접종률 둔화는 우리 탓이 아니다”라며 반박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페이스북은 뉴스 기사가 전달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를 30억 명 거느리고 정보의 흐름을 결정하는 ‘플랫폼 권력’이다.

▷전통적 언론의 게이트 키핑이 사라진 SNS에서는 이용자 스스로 가짜 뉴스에 대한 감별력과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팬데믹 시대의 최대 위험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증오, 탐욕, 무지”라고 경고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과학자들도 좀 더 쉽게 대중과 소통하기를 당부했다. 백신 가짜 뉴스가 판치는 위기에서 그래도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과학이다. 백신 접종의 효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가짜 뉴스#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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