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명의 역할을 하는 병사[임용한의 전쟁사]〈171〉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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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에서 조운은 혼자서 조조의 80만 대군 속을 헤집는다. 이건 허구지만, 현실 전투에서도 놀라운 용맹을 보인 사례가 있다. 장료는 결사대 800명을 이끌고 손권의 10만 대군 속으로 뛰어들어 손권이 있는 중심부까지 육박했다. 조조가 위기에 몰렸을 때 전위는 부하 몇 명과 성문을 지켰는데, 혼자서 수십 명을 죽이며 출혈로 탈진해서 쓰러져 죽는 순간까지 싸웠다.

혼자서 수십 명의 역할을 하는 용사가 현실에서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지극히 드물다. 옛날 기록은 평민 출신 용사, 지위가 낮은 병사의 공로를 기록하는 데는 아주 인색하므로 이런 용사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많았겠지만, 그래도 전체 병사에서 아주 소수였다.

군량을 운송하는 병사는 전투병들보다 훨씬 고생한다. 그들도 개인 차이에 따라 등에 멜 수 있는 식량의 양이 다르다. 장사라고 해서 몇 인분이나 더 멜 수 있었을까. 험산, 장거리 운송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줄어든다.

첨단 무기 덕분에 현대 병사의 화력과 살상력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보통 병사가 전위나 장료의 무력을 따라잡는 것은 기본 훈련만으로도 충분하다. 현대의 개틀링 기관포는 분당 2000발은 가볍게 발사할 수 있다. 식량 20kg을 메고 산비탈을 오를 수 없는 병사도 5t 트럭을 몰고 하루 종일 산곡을 왕래할 수 있다.

듣고 보면 다 아는 뻔한 이야기인데 우리가 이상하게 혼동하는 이야기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가치와 인권은 크게 높아졌다. 이런 것이 의식의 고양, 교육, 가치관의 변화, 개개인이 자각한 결과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다. 기술과 자본이 인간 개개인의 역량을 크게 높여 주었기 때문이다. 기계와 자본이 물신화, 인간성의 말살을 초래한다고 비판하는 분들은 동전의 반쪽만 본 것이다. 아니면 탁상 앞에서만 사는 지식인의 무지다.

#병사#조운#조조#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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