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58만3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절반이 20, 30대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 시험을 준비 중인 청년도 5월 기준 85만 명을 넘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채용 인원은 주는데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면 합격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거나 오랜 기간 시험에 매달리면서 장기 실업에 내몰리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취준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을 준비 중이다. ‘공시생’이 늘면서 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비율은 감소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한번 뽑으면 정년 때까지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 탓에 대규모 공채를 폐지하고 있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 법안까지 겹치면서 고용 여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 노조는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라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년 연장으로 기존 직원의 고용 기간이 늘어나면 청년 취업은 더 어려워진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데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정부는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내버려둔 채 재정에만 의존하고 있다. ‘관제 알바’로 청년 일자리를 메워오다가 ‘휴먼 뉴딜’ 정책에 청년 대책을 끼워 넣었다. 청년이 매달 1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최대 30만 원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8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이런 지원도 필요하지만 일자리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임시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청년 고용을 둘러싼 악재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2년 최저임금이 5.1% 인상으로 결정되면서 최대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3만 개 가까이가 청년 일자리다. 코로나 4차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 절반이 휴·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며 출범한 현 정부는 매년 관련 예산으로 20조 원 이상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정부는 10개월 남짓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채용을 꺼리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청년들의 장기 실업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국민과 다음 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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