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제2회의장. 박홍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발언 기회를 주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곧바로 발언대에 올랐다. 앞선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장관 인선에 대한 곽 의원의 질문에 김 총리는 “아마 몇 사람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뒤늦게 김 총리는 “확인을 해보니까 사실과 다르다”고 정정했다.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취임 2년이 넘은 문성혁 해수부 장관을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4월 16일 박준영 당시 해수부 차관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개각 발표 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안에서도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한 것 맞느냐”는 성토가 불을 뿜었다. 결국 5월 13일 박준영 전 후보자가 낙마했고, 문 장관은 싸놨던 짐을 다시 풀어야 했다. 본의 아닌 연장 근무 신세가 벌써 69일째다.
문재인 정부에서 후임자 낙마로 근무 기간이 늘어난 사례는 문 장관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3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정호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국회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도 김 전 장관은 후임자 낙마 일주일여 만에 국토부 월례조회를 열고 “임기가 조금 연장된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토부 장관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조직을 다잡았다. 청와대로부터 확실한 유임 신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장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인사는 “문 장관이 대통령 임기 끝까지 함께 갈지 여부가 아직 결정이 안 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김 총리도 검증은 안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문 장관은 유임이다”라고는 하지 않았다.
수장(首長) 문제가 불거진 곳은 해수부뿐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윤석헌 전 원장이 5월 7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75일째 원장 공백 상태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최장 기간의 원장 공백이다. 다른 자리도 아닌 ‘금융계의 검찰총장’으로 불리는 금감원장의 임기가 3년이라는 걸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후속 인선 준비를 안 한 것인가, 못 한 것인가.
그 사이 김기표 전 대통령반부패비서관까지 투기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청와대 인사-민정라인의 책임론은 임계치까지 다다른 상태다. 한 여당 의원은 “또다시 부실 검증 논란이 불거지면 대선을 앞둔 여당도 더는 엄호할 수 없다는 걸 청와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인사 책임론이 우려된다고 해도, 두 달 넘게 장관급 인선에 손을 놓고 있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그나마 인선 진척 현황에 대해 솔직하게 밝히기라도 한다면 해당 부처의 혼선은 줄어들 테지만 청와대는 이번에도 말이 없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만료를 향해 가고 있다고는 해도 남은 10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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