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헤비메탈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헬로윈의 명반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스(Keeper of the Seven Keys)’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현재 멤버와 전 멤버가 모여 투어를 돈다는 소식이었다. 살아생전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벤트가 벌어진 것이다. 사업적인 복잡함은 둘째 치고, 헬로윈은 신구 멤버 간 갈등이 가장 심한 밴드로 알려져 있었다.
198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결성된 헬로윈은 ‘월스 오브 예리코(Walls of Jericho)’와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스’ 연작을 발표하며 멜로딕 파워 메탈의 상징이 됐다. 헬로윈 음악이 장르 그 자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한국에서 헬로윈의 존재는 특별했다. 영미권에서 인기가 많은 밴드가 아니었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남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조금 과장해 만화영화 주제가처럼 한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와 시원스러운 연주, 그리고 미하엘 키스케의 고음 보컬까지,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다 있었다. 헤비메탈을 찾아 듣지 않았어도 40, 50대 중년에게 헬로윈의 음악은 ‘인기가요’ 같았다. ‘아이 원트 아웃(I Want Out)’과 ‘닥터 스타인(Dr. Stein)’ 후렴구를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발라드 ‘어 테일 댓 워즌트 라이트(A Tale That Wasn’t Right)’는 라디오에서 자주 나왔다.
하지만 영광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멤버 간 불화가 이어졌다. 창단 멤버이자 메인 작곡가였던 카이 한센이 밴드를 떠났고, 헬로윈의 색깔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하엘 키스케도 얼마 뒤 탈퇴했다. 30여 년이 흘렀다. 헬로윈도, 카이 한센도, 미하엘 키스케도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음악을 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스’ 시절을 그리워했다. 그 그리움이 현실이 된 것이다.
떠난 이와 남은 이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절대 메워지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은 때론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것을 가능하게도 한다. 이들은 아예 카이 한센과 미하엘 키스케를 정식 멤버로 맞이해 7인조 대형 헬로윈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헬로윈’이라는 정규 앨범까지 발표했다. 헬로윈을 들어왔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이들에겐 이런 과정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앨범 ‘헬로윈’이 발표되고 한 헤비메탈 커뮤니티에선 진지한 논쟁이 오갔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은 이 음반을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꼽았고, ‘추억팔이’일 뿐 그 정도의 함량은 아니라는 반격도 나왔다. 하지만 ‘헬로윈’ 스토리 앞에서 ‘음악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됐다. 소태처럼 쓴 과거도 추억으로 미화되곤 한다. 하물며 음악에 추억이 더해질 때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이 음악 안에 학창 시절의 내가 있는데 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때로 추억은 가장 훌륭한 음악적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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