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코로나19 거리 두기 최종 단계인 4단계를 적용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4차 유행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어제 신규 확진자는 1784명으로 코로나 발생 이후 역대 최고 기록(14일 1615명)을 일주일 만에 갈아 치웠다. 청해부대 환자 260여 명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당초 강화된 방역조치 효과가 7∼10일 후 나타난다는 정부의 예상이 빗나간 이유는 이동량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거리 두기가 상향 조정되고 수도권 이동량은 8% 감소했지만 전국적인 이동량은 2.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거리 두기가 느슨한 비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도 감염의 불길을 키우고 있다. 현재 국내 환자의 절반 정도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다. 이 중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환자 비중은 33%로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번 주말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가 종료됨에 따라 이르면 내일 새로운 거리 두기 시행 계획을 발표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현행 거리 두기를 연장하거나 이보다 센 방역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을 연장하되 비수도권도 일괄적으로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3단계로 격상하고, 식당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포장 위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모두 방역 피로도를 높이고 경제적 피해를 키우는 조치들이지만 확산 추이를 봐가며 늦기 전에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고령층의 백신 접종으로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위중증 환자 규모가 다시 200명대로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중증환자 전담 병상에는 여유가 있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환자들을 돌볼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달 말이면 백신 접종도 가속도를 내게 돼 의료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장 의료진이 환자들의 퇴원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등 병상 회전율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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