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실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어제 댓글조작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4년 2개월여 만의 ‘지체된 정의’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공보 특보 역할도 했던 최측근 인사의 불법적인 댓글조작 가담이 법원에 의해 인정되면서 임기가 거의 끝나가긴 하지만 문 정권의 정통성은 크게 훼손되게 됐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김동원(일명 드루킹) 씨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해 공동 의사가 존재했고,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 지배가 존재한다”는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공동 의사, 본질적 기여, 행위 지배 등을 통한 ‘공모공동정범’이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여권으로선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병풍 공작’에 이은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대선 흑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 등이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지난 대선에선 민간 조직이 동원된 댓글조작 사건이 자행된 것이다. 당시 문 후보를 추격하던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MB아바타론’이 확산된 게 단적인 예다.
김명수 대법원의 재판 과정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드루킹 연루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 지사가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게 2018년 8월이다. 약 3년 만에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이다. 드루킹 김 씨는 올 3월 징역 3년을 채우고 이미 만기 출소했다.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느냐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고 해도 법원, 특히 2심 재판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판단을 미뤘다는 비판은 타당하다.
청와대는 “입장 없다”는 반응만 내놨다.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돼 온 ‘친문 적자(嫡子)’의 대선 기간 댓글조작 유죄 확정은 공적인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과 함께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게 마땅한 도리다. “불법을 동원할 이유가 없었다” “결백을 믿는다” 등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여당 대선주자들의 반응도 옳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의 선거공작, 여론조작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내년 대선이 채 8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선판을 흔드는 제2의 선거공작, 여론조작은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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