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제 기억공간 내에 있던 전시물과 기록물을 임시 보관 장소인 서울시의회 전시관으로 옮겼다. 서울시는 그제 기억공간을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강행하지 않았다. 기억공간 건물은 해체한 뒤 유족들이 경기 안산시로 가져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를 되새기는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3개월 뒤인 2014년 7월 광화문광장에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기 위한 천막이 들어선 것이 기억공간의 시초였다. 2019년 4월에는 천막들을 철거한 뒤 면적 약 80m²의 기억공간을 설치했다. 당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정을 고려해 2019년 말까지 기억공간을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운영이 연장돼왔다.
유족들은 재구조화 공사 이후 광화문광장에 기억공간을 다시 설치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지상 구조물이 없는 열린 광장으로 운영할 계획인 광화문광장에 기억공간을 재설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되 유족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고통스럽지 않았던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7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흐른 지금 희생자를 추모하는 방식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억공간 해체를 계기로 이제는 세월호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의 기억으로 남길 때가 됐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성숙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의식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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