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전 10시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연결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일방적으로 끊은 지 413일 만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소통한 결과라며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는 “북남 수뇌가 호상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꽉 막혀 있던 남북 간에 통신선이 복원된 것은 일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신선 복원은 북한이 그간 도발과 협박을 일삼던 대결적 태도에서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 쪽으로 선회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곧바로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어제 ‘북남 수뇌분들의 합의’를 내세운 만큼 당분간은 유화적 흐름을 유지하며 대외 행보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따져보면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꽁꽁 막고 모든 대외관계를 단절한 탓에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이 기댈 것은 외부 지원밖에 없다. 당장 중국과의 교역을 재개하고 미국과도 대화에 나서며 숨통을 틔워야 한다. 내달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첫 대남 유화 조치를 한 것도 다분히 이런 계산에서일 것이다.
물론 북한이 노리는 것은 다급한 식량난 해소와 코로나 백신 같은 인도적 지원이다. 이미 남측은 여러 차례 다양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해왔다.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로서도 남북관계의 개선 속에 임기를 마치기를 절실히 원하던 터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았다는 친서의 내용이나 두 정상이 합의했다는 ‘큰 걸음’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3년 전 남북미 정상 간에 벌어진 ‘외교 쇼’의 재현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모한 도발을 막기 위한 관리 차원의 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간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날려버리고 해상의 남측 주민을 살해한 패악의 기억이 선명한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되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이 욕심을 내다 다시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머잖아 떠날 정부가 감당 못 할 약속을 해서 그 부담을 다음 정부에 지우는 것이라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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