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그제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보유 논란에 대해 “제 연배상 지금보다 내 집 마련이 쉬웠으며 일종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배우자 명의를 포함해 서울 강남구와 부산 금정구의 아파트, 서울 서초구의 상가, 부산 중구의 오피스텔 등 4채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SH는 서울의 공공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서 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서민들이 부동산 때문에 겪는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SH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발언은 서민들의 정서를 전혀 모르고 있고 공감 능력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국민은 치솟는 집값에 분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는 고위공직자가 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 등을 지내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서울시장을 뽑는 4·7 보선에서도 부동산정책이 핵심 이슈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서울시 주택 정책의 핵심인 SH 사장이 되려면 정책역량과 함께 충분한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다주택자라는 것만으로도 결격 사유인데, 김 후보자는 무주택자의 상실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주택자가 된 것을 ‘시대적 특혜’로 치부하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점만 부각하려 했다. SH 사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하락에 결정타가 됐듯이 SH가 제 역할을 못 하면 서울시의 부동산정책은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시의회도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경과 보고서를 의결했다. 오세훈 시장은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새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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