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존엄성[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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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웅 채널A PD·‘강철부대’ 연출
이원웅 채널A PD·‘강철부대’ 연출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스킨 인 더 게임’ 중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강철부대’가 종영했다. 어떤 이는 “특수부대 출신들의 자존심 대결”을 보았다 하고, 어떤 이는 “시련에 맞서는 영웅들의 도전”을 보았다 한다. 나 스스로는 강철부대를 리더십에 관한 우화(寓話)로 여기고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팀 리더 박준우는 강철부대 24인 중 가장 완성된 군인이었다. 독보적 경험과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미션 참여 기회를 두고 팀 내 갈등이 생겼을 때, 그는 가장 먼저 기회를 내려놓았다. 리더의 용단에 팀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해군 해난구조전대 정성훈 팀장은 본인이 팀 내 최약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짊어져야 할 동료의 존재가 오히려 팀원들을 강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정성훈의 팀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곁에서 지켜본 바, 리더십의 민낯은 ‘판단을 내려야 할 때’보다는 ‘책임을 져야 할 때’ 드러났다. 강철부대는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에 대해 ‘탈락’이라는 명확한 책임이 강제된다. 현실은 어떨까. 나심 탈레브는 ‘책임 지지 않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해 경고했다. 판단을 내린 사람이 자기 실수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책임의 불균형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 책임질 사람이 판단하게 하고, 판단한 사람이 책임지게 한다. 이 평범한 문장 앞에 리더들의 모골이 송연해졌을 테다.

강철부대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성훈처럼 한계를 인정할 수 있겠나. 박준우처럼 기회를 양보할 수 있겠나. 그리고 그 판단의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나. 리더의 존엄성은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에서 빛난다.

#강철부대#리더십#리더의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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