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딸을 놓아주지 않는다. 오십대 중반 이른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뿌연 혀, 자주색 욕창, 늘어진 머리, 흐릿한 눈. 좋은 기억도 많은데 안 좋은 기억만 자꾸 떠오르니 딸은 고통스럽다. 급기야 비싼 돈을 들여 뉴욕에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지만 소용이 없다. 아버지마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멀리 떠나고 없다.
아무것도, 누구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한 게 요리다. 딸은 노트북 컴퓨터를 부엌에 가져다 놓고 한국인 유튜버를 따라 요리를 시작한다.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을 준비하고 요리한다. 그것이 요리와 관련된 어머니와의 좋은 추억을 소환한다. 내친김에 총각무김치와 배추김치도 담가보고 싶다. 한인마트에 가서 재료들을 사고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대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다. 김치는 2주간 숙성되자 환상적인 맛이 난다. 어머니가 있으면 자랑하고 싶다. 어머니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사랑도 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제 그는 한 달에 한 번 김치를 담근다. 대부분은 그냥 먹고 때로는 찌개를 끓이거나 전을 부쳐 먹고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물러나고 좋은 기억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김치를 담그고 먹는 것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보다 더 좋은 치유책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 경험을 ‘H 마트에서 울다’라는 제목의 감동적이고 가슴이 찡한 영어 산문집으로 펴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고,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이름의 인디록밴드를 만들어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와서 공연했던 음악인 미셸 자우너. 그는 김치를 담그고 요리를 하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물리치고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었다. 7년이 지났지만 한인마트에 가면 엄마가 생각나서 어김없이 운다. 그래서일까, 속표지 다음에 놓인 ‘For 엄마’라는 헌사가 짠하고 뭉클하게 다가온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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