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내놓은 7월 수출입 동향 보도자료는 이렇게 시작한다. 정부부처 공식 문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업 영업부 사무실의 현수막 구호로 어울릴 법한 흥분감 묻어난 문구가 굵은 컬러 글씨로 큼직하게 쓰여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 물가 급등, 체감 경기 침체 등으로 연일 비판을 받는 정부에 모처럼 날아든 반가운 지표다.
수출은 기업들의 뼈를 깎는 노력의 바탕 위에서 이뤄진다. 다만 노력만으로 잘되는 건 아니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뒷받침한 건 두 가지 원인을 빼놓을 수 없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펜트업(pent-up·수요 분출) 효과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 원자재값 상승은 기본적으로 호재이기 어렵다. 철광석 가격 인상은 철강값 상승을 부르고 이는 자동차, 가전 등 철을 사용하는 제품값을 압박한다. 원유값 상승부터 밀, 콩 등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까지 모두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는 요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후반부터 본격화된 원자재값 상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어온 수요 급등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소비가 살아나면서 비싼 값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 제품과 원자재 가공품이 잘 팔렸다.
수출이 늘어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무역액 증가부터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 100원짜리 재료를 가공해 110원에 팔던 걸 150원에 구입해 160원에 팔게 되면 수입·수출액은 커지고 관련 기업 매출은 증가하지만 체질 개선이라고까지 보긴 어렵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수출 실적 증가를 이끈 품목은 대표적인 원자재 가공 산업인 정유, 석유화학, 철강이었다.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박수 칠 일까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펜트업 효과가 끝물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 자동차, 인테리어 등을 사는 보복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후반부터 나타나던 반짝 호황이 저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가 내구재를 구매한 사람들이 식당에서 외식도 하고 여행도 다녀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온기가 미처 윗목에 돌기도 전에 델타 변이 파생 바이러스 확산세가 무섭게 커지고 있다. 보복 소비 수혜를 본 수출 대기업들은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라도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하며 버텨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갈수록 실낱같은 희망도 품기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명확하다. 자신들 덕분에 잘된 거라고 숟가락을 얹기 전에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온기가 돌지 않는 곳에 군불을 넣어줄 정책을 짜야 한다. 갈수록 불확실성은 커져 가는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재난지원금 25만 원을 상위 10% 부자에게 줄지 말지가 주요 경제 현안이다. “한국 등 아시아 수출국에서 수출 엔진이 느려질 조짐이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며 울리는 경고등을 외면할 만큼 한국 경제가 여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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