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쓰레기양은 얼마나 될까? 그걸 버리지 않고 6개월 정도 모은다면?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실험한 예술가 듀오가 있다. 바로 영국 현대미술가 팀 노블과 수 웹스터. 이들은 직업 정신을 살려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를 모아 멋진 예술작품까지 만들어냈다. 그것도 자신들의 자화상을.
노블과 웹스터는 1986년 미대 동기로 처음 만난 후 연인이자 작업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가난한 무명 예술가 커플에게 쓰레기보다 구하기 쉬운 재료는 없었을 터. 1996년 ‘영국 쓰레기’라는 제목의 첫 개인전이 성공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7년부터 조명을 이용한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고 쓰레기 더미에 조명을 쏜 그림자 조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더럽고 하얀 쓰레기’는 초기 대표작으로 두 사람이 6개월간 배출한 생활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올린 작품이다. 여기에 빛을 비추면 놀랍게도 등을 서로 기댄 채 와인 한잔과 담배를 즐기는 커플의 그림자가 벽에 비친다.
반예술, 반미학을 표방한 이 그림자 조각은 혐오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이고, 추상 조각이면서 동시에 사실적인 초상화다. 플라톤의 ‘동굴 우화’에 대한 미술적 재해석이기도 하다. 지하 동굴에 평생 갇혀 온몸이 결박당한 사람들은 벽에 투영된 그림자가 사물의 실재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현대 감상자들도 예술의 본질은 보려 하지 않고, 그림자 같은 환영이 진짜라 믿으며 열광한다.
고대 철학자가 동굴 속 수감자들을 무지한 대중에 비유했다면, 현대 미술가는 예술은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라는 환상과 편견에 일침을 가한다. 예술가는 쓰레기도 매력적인 예술로 변신시키는 마법사지만, 반대로 로맨틱한 일상과 창작 활동을 위해 끊임없이 쓰레기를 양산하는 환경 파괴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동물 사체까지 포함된 끔찍한 쓰레기 더미는 우리가 외면하고픈 불편한 진실의 얼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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