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 훈련은 현재 형세하에서 건설성을 결여했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 측과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다음 날 외무성 홈페이지에 왕 부장의 발언을 그대로 소개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우리나라의 안보주권을 침해하는 내정간섭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에 따라 자위적 차원에서 실시돼 온 한미 훈련에 대해 제3자인 중국은 이래라저래라 참견할 처지가 못 된다. 게다가 중국은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 내 한 자치구의 훈련기지에서 러시아와 함께 대규모 연합훈련에 나선다. 양국군을 합쳐 1만 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하고, 각종 군용기와 화포 장갑차도 투입되는 실기동 훈련이다. 자신들은 무력 시위하듯 대규모 훈련에 들어가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한미 훈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을 향해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미 군 당국은 16일부터 본훈련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참가 부대와 병력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한다. 범여권 의원 74명이 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당정청이 사분오열 양상을 보인 끝에 나온 결론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들었지만,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미 축소 시행 방침이 예하 부대에 정식 하달됐다고 한다.
결국 문재인 정권 마지막 하반기 한미 훈련이 ‘무늬만 훈련’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김여정 하명’ 논란에 이어 중국의 내정간섭 논란까지 벌어지고, 훈련 일정을 코앞에 두고 동맹국과 축소 협의를 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한미 훈련을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중국이나 북한이 우리를 얕잡아보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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