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어제 막을 내렸다. 우리 대표 선수들은 신체적인 한계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투혼과 도전으로 팬데믹에 지친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줬다. 개인적인 역경을 딛고 일어나 꿈에 그리던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이야기는 긍정과 열정의 드라마였다.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이들 모두가 국민들의 팬데믹 시름을 달래준 젊은 영웅이었다. 국민들은 아낌없는 응원으로 선수들의 도전에 함께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9연패를 이룬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대표팀, 한발 더 빨리 움직이는 ‘발 펜싱’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사브르 단체전 대표팀은 한국만의 강점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과거 불모지나 다름없던 종목에서도 값진 성과가 나왔다. 전웅태 선수는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줄기차게 도전해 이룬 첫 메달이었다. 황선우 선수는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인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5위를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69년 만에 최고 성적이다. 기초 종목인 육상과 수영, 체조에서 선전한 것도 값진 성과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이나 기존 자기 기록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전한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한국 여자 배구는 예선에서 10위 일본을, 8강전에서는 4위 터키를 물리쳤다. 맏언니 김연경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온몸을 던지는 플레이를 한 결과다. 금메달만큼 값진 4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는 24년 만에 한국기록(2m35)을 새로 쓴 뒤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다시 도전하겠다는 희망을 말했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 이선미 선수와 남자 다이빙 우하람 선수도 밝은 모습으로 2024년 파리를 기약했다.
선수들은 패배하는 순간에도 스포츠맨십을 잊지 않았다. 자신을 이긴 상대선수를 엄지손가락으로 치켜세우는 등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국민들의 응원하는 모습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메달을 놓쳤다는 이유로 선수들을 깎아내리던 모습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일절 볼 수 없었다. 메달과 무관하게 선수들의 도전 그 자체를 응원하는 성숙한 모습이었다. 232명의 태극전사와 전 국민이 함께 뛰면서 한국 스포츠의 더 나은 내일을 확인한 17일간의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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