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리 두기로 혈액 재고 빨간불, 피 마르는 의료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00시 00분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대학로센터가 텅 비어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거리 두기 격상 등의 영향으로 헌혈자가 줄면서 국내 혈액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대학로센터가 텅 비어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거리 두기 격상 등의 영향으로 헌혈자가 줄면서 국내 혈액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전국의 혈액 보유량이 최근 한 달 평균 3.6일분 수준으로 떨어져 혈액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적정 보유량은 5일분이지만 이를 밑돌아 병원들이 혈액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혈액 부족 사태가 빚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거리 두기가 강화될 때마다 학교, 군부대 등의 단체 헌혈 참여가 뚝 떨어져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달 수도권에 거리 두기 4단계가 실시된 후 단체 헌혈 취소가 줄 이은 데다 폭염이 닥치고 휴가철이 겹친 영향이 크다.

의료기관들은 환자의 가족이나 직원들에게도 헌혈을 부탁해서 다급한 상황을 넘기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헌혈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미 헌혈 업무 종사자들 가운데 70∼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데다 방역 관리를 철저히 해서 감염 우려는 크지 않다. 여태껏 헌혈 장소에서 코로나가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감염을 우려해서 헌혈을 주저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다.

정부도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서울 이태원 클럽을 기점으로 코로나가 확산될 때 혈액 보유량이 2.6일분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이때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혈액 부족 재난 문자를 전 국민에게 보내며 헌혈을 독려해 위기를 넘겼다. 이처럼 정부의 혈액 관리 실패를 국민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혈액 부족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헌혈에 참여하는 주 연령층인 젊은 세대가 줄고 수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고령 세대가 늘면서 헌혈 정책에도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장년 세대의 낮은 헌혈 참여율을 높이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거리 두기#혈액 재고#의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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