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어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8·15 가석방 대상자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내년 7월 만기 출소를 11개월 앞두고 광복절 직전에 풀려나게 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 결정 사유에 대해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가석방 사유에 언급된 것처럼 글로벌 경제의 격변기에 처해 있는 한국은 지금 이 부회장의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은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하고, 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일체가 돼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건설 예정인 공장만도 29개에 이른다.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반도체 등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압도적 위상을 갖고 있는 삼성의 참여가 없으면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의 공백과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발목을 잡아온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5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해 놓고도 아직 구체적인 입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M&A 실적도 없다.
이 부회장이 우리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삼성을 지금보다 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자면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제계의 리더들과 직접 만나서 사업 정보를 교환하고 비즈니스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단체들은 이날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다. 가석방은 취업과 해외 출장 등에 제한이 따른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13조는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자의 취업 등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항을 활용해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 제약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 현장에 복귀하는 즉시 삼성의 ‘초격차 경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투명 경영에서도 초일류 기업다운 면모를 갖춰야 한다. 이 부회장은 4세 경영을 포기하고 독립적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을 약속했지만,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맞춰 한 차원 높은 투명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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