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재개발현장 붕괴참사 원인이 불법 재하도급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도급 업체에서 28만 원이었던 3.3m²당 공사비가 하도급을 거친 후 다시 재하도급 업체가 맡을 때 4만 원까지 떨어졌다. 적정 단가의 7분의 1 비용으로 공사를 제대로 하기는 불가능하다. 불법 재하도급 관행과 당국의 관리 소홀이 빚은 인재(人災)인 셈이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는 “무리한 해체 공법을 사용했고 철거 순서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용을 아끼려고 엉터리 공사를 했다는 뜻이다. 최초 단가의 14% 가격으로 일을 하려니 부실 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재하도급을 맡을 때 이미 부실 공사를 작정한 것이라고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하도급 받은 공사를 다른 업체에 맡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 재하도급은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이번 사고에서 원도급사는 현장 관리에 소홀했고, 감리자도 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발주처 원도급 하도급 등은 물론 감독당국도 불법 재하도급과 저가 부실 공사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어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해체 심의를 강화하고, 불법 재하도급 때 원도급사와 발주자까지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액의 10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사망 사고 때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비 대여를 가장한 편법 하도급 등 빠져나갈 구멍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법 하도급과 부실공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요란하게 대책을 내놓고 시간이 지나면 불법을 묵인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제도를 일부 보완하더라도 당국이 철저한 관리 감독을 지속하지 않으면 참사는 재발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분야에서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제도의 빈틈이 없는지 상시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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