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돌아가는 꼴이 한심하다. 당 대표는 허구한 날 유력 대선주자 측과 설전을 벌이고, 다른 대선주자들도 뒤질세라 싸움판에 뛰어들고 있다. 싸움 수준도 유치하다. 상대방 말꼬리나 잡으며 조롱 비아냥거림이 난무한다.
이준석 대표는 그제 SNS에 “(예비후보 토론회는)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정진석 의원이 “돌고래와 멸치, 고등어는 성장 조건이 다르다”며 윤 전 총장을 돌고래, 다른 주자들을 멸치와 고등어에 비유한 것을 인용하며 반박한 것이다. 정 의원의 비유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래도 정 의원을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라고 지칭하는 등 매사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이 대표의 처신도 너무 가볍다.
‘30대 0선’ 대표가 국민의힘에 새바람을 일으킨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요즘 ‘대표 리스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선 기간 당 대표의 가장 큰 책임은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그런 당 대표가 특정 대선후보 측과 대놓고 각을 세우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걸핏하면 SNS에 상대방을 조롱하는 듯한 언사를 쏟아내는 일부터 자제해야 할 것이다.
윤 전 총장 측도 자중해야 한다. 기습 입당과 당내 행사 불참에 이어 예비후보 토론회를 굳이 ‘떼 토론회’로 폄하하는 등 이 대표를 자극한 것도 사실이다. 윤 캠프 인사가 “당 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닌가”라며 ‘탄핵’까지 끌고 나온 건 도를 넘어도 많이 넘었다. 아무리 야권 지지율 1위 주자라도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윤 전 총장이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처럼 비치는 건 누가 뭐래도 윤석열 본인의 책임이다.
여기에 홍준표 전 대표도 윤 전 총장 지지 의원들을 향해 “돌고래를 따르는 레밍(집단행동하는 설치류 일종) 같다”고 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도 “윤 전 총장의 공정은 ‘동물의 왕국’ 공정이냐”고 가세했다. 이런 ‘동물의 왕국’에서 무슨 정책 비전 대결이 나오겠나. 이러면서도 말끝마다 ‘정권 교체’ ‘정권 탈환’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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