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연휴를 맞아 보수와 진보단체 수십 곳이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와 1인 시위를 열기로 했다. 민노총은 오늘 오후 서울 도심 일대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인 국민혁명당도 연휴 기간에 서울 곳곳에서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는 ‘1천만 국민 1인 걷기 대회’를 갖는다. 서울시가 어제까지 금지 통보한 광복절 집회만도 39개 단체 195건이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동시다발적인 집회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고강도 거리 두기에도 어제까지 사흘 연속으로 매일 2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서 30∼50대 청장년층에서도 중증환자가 속출해 수도권 민간 병원에는 3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병상 동원령이 내려진 상태다. 확산세가 가파른 부산과 울산 지역도 코로나 전담 병상이 바닥나 병상 동원령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까지 생계를 위협하는 거리 두기를 감내하고 있는데 감염 확산의 위험이 큰 집회를 강행한다면 그 명분이 무엇이건 누가 이해하겠나.
일부 단체는 방역 수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안전한 집회를 열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집회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해산하는 모든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3배 강한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사람들 중에서도 무더기 돌파감염 사례가 나왔다. 확진자가 다녀간 카페에 마스크를 쓰고 잠시 머물렀다가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말 그대로 ‘스치기만 해도 감염’이 이뤄질 정도다. 몇몇 단체가 집회 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한 것도 그만큼 감염의 위험도를 높게 봤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어제 대국민 담화에서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국민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불법 집회를 강행한다면 법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수급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면서 한동안은 거리 두기에만 의지해 4차 유행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정부는 고통스러운 방역 조치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동참을 끌어낼 수 있도록 불법 탈법 집회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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