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安 “국민의힘과 협상 결렬” 야권 통합 大義 돌아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00시 00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어제 “국민의힘과의 통합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다”고 밝혔다. 양당이 두 달 가까이 벌인 협상에서 국민의힘 당명 변경과 합당 시 주요 당직 배분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야권 통합 논의가 무산되면서 안 대표는 제3지대에서 독자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록 협상은 결렬됐지만 안 대표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보수의 기사회생에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 대표는 차기 대선이 아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야권 통합 논의에 동력을 키웠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벌인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하자 깨끗이 승복하고 지원유세에 나서 오 시장 승리에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안 대표가 가세하면서 국민의힘도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궐선거가 끝난 뒤 본격화한 통합 협상은 시장 선거 때만큼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이 대표는 “안 대표가 직접 협상에 나서라”며 협상 시한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국민의당 당세가 작다고 ‘흡수통합’을 당연시하는 고압적인 태도는 보수 회생에 공이 큰 안철수를 무시하는 처사일뿐더러 사정이 나아졌다고 약자를 우습게 보는 듯한 국민의힘의 ‘기득권 본능’이 되살아난 것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안 대표도 자신이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외친 야권 통합의 대의에 충실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두 당의 합당 논의는 보선 당시 안 대표가 먼저 제안해 물꼬를 튼 것이다. 그런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당명 변경 등이 두 당의 당세를 비교할 때 과연 적절한 수준인지, 합당을 무산시킬 만큼 필수불가결 조건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기에 정치권 일각에서 ‘안철수가 윤석열 최재형까지 입당한 국민의힘에 뒤늦게 들어가 봐야 존재감을 찾기 어려워 협상을 끝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안 대표가 대선 독자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대선도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야권 단일화 과정을 거칠 공산이 커졌다. 그래도 안 대표는 무엇이 스스로 외친 야권 통합의 대의를 세우는 길인지, 이 나라를 위한 길인지를 새기고 언젠가 재개될 통합 협상에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국민의 힘#협상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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