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통계 표본을 늘리자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한 달 만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통계에 비해 집값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 대상을 두 배로 늘렸더니,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한 달 새 9억 원대에서 11억 원으로 뛰었다. 실제 그만큼 오른 게 아니라 지나치게 낮았던 통계 수치가 정상을 찾은 것이다. 정책 근거로 사용하는 통계의 부실이 입증됐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원은 17일 아파트값 표본을 늘린 후 첫 월간 주택통계를 내놓았다. 7월 통계인데 전월 대비 서울은 19.5%, 수도권은 18.7% 급등하며 민간 통계와 비슷해졌다. 직전 1년 치 상승폭의 4배를 넘는다. 집값 관련 유일한 국가통계 기관이 그동안 엉터리 통계를 제공해온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원이 4월과 5월 집값이 하락한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전년 말 12·16대책의 효과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민간 통계로는 같은 기간 집값이 상승했다. 지난해 7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했다. 당시 집값 폭등으로 두 배로 오른 곳도 속출했다. 잘못된 통계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낳았던 셈이다.
주택 공급, 전월세 등에서도 정부 통계에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전년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민간 통계로는 대폭 감소한다. 정부가 빌라 단독주택까지 포함해 공급량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들은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선 이미 정부 통계를 믿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애써 집값 폭등을 부인하다 뒤늦게 불법 투기 세력을 탓한다.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은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한쪽에선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어내고, 정책 당국은 보고 싶은 통계만 본 결과다. 정책이 안 먹히는 이유를 국민은 아는데 정부만 모르거나 모른 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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