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준석 대표가 대선주자 토론회 개최 여부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신경전을 벌이더니, 이젠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통화한 내용을 놓고 양측이 졸렬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방은 원 전 지사와 이 대표 간의 10일 전화 통화가 발단이 됐다. 당시 원 전 지사가 이 대표에게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이 대표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거 곧 정리됩니다” 등의 말을 했다. 이 중 ‘곧 정리된다’는 말의 의미를 놓고 양측의 해석과 주장이 엇갈리면서 유치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주변에 “이 대표가 말한 정리 대상은 윤 전 총장”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17일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나와 윤 전 총장 측) 갈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18일에는 원 전 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가 인공지능 녹취록을 교묘하게 풀어서 그 뉘앙스를 왜곡하고 있다”고 재반박하며 녹취록이 아닌 통화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집안싸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공개된 녹취 내용으로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정리된다고 꼭 집어 말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원 전 지사가 단정적으로 이 대표를 몰아붙이면서 갈등을 키우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이러니 원 전 지사가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이 대표의 처신도 문제다. 이 대표가 가벼운 언행으로 잦은 논란을 일으키다 보니 당 장악력과 지도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서로 “경고한다”고 말싸움을 벌이는 낯 뜨거운 장면까지 벌어졌다. 이 대표의 경선 관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준석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사사건건 말싸움을 벌여 상대를 이기겠다는 태도로는 제1야당 대표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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