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재영]플랫폼 독점 짙은 그림자, 혁신 되살릴 해법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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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산업1부 차장
김재영 산업1부 차장
무료 서비스로 택시 시장 점유율을 늘린 뒤 수익 창출로 태세 전환을 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꼬리를 내렸다. 3월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을 내놨다가 업계와 갈등을 빚더니 최근엔 승객이 부담하는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가 거센 유탄을 맞았다. 친절한 라이언의 표정이 바뀌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당장 여당이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하겠다고 선언했다. 12일 열린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에선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정보 독점과 근로자의 희생 등으로 경제력 집중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대-중소기업 하청 구조보다 더 심각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표현도 나왔다.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더 걷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혁신과 독점·불공정의 두 얼굴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큰 건 사실이다. 이미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은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정조준했다. 6월에는 GAFA를 겨냥한 5개 법안이 미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게이트키퍼(문지기) 노릇을 하며 유통 경로를 장악하고, 신생 기업을 인수해 경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규제 철학도 바뀌었다. 과거엔 독점 구조라도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없다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신브랜다이스학파’의 입김이 커졌다. 설사 빅테크 기업을 쪼개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유럽연합(EU)은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고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특정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다른 기업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다. 금융 쇼핑 택시 웹툰 배달 교육 등 이젠 플랫폼 없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석 달 만에 19개가 늘어 158개에 이른다. 문어발처럼 영역을 넓히면서 곳곳에서 소상공인 소비자 전문가집단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규제 방식을 답습하는 일차원적 규제는 피해야 한다. 전통산업과는 다른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모빌리티 산업을 택시에 가둔 ‘타다 금지법’이 결국엔 카카오의 독점으로 귀결됐듯 고민 없는 성급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혁신을 막을 수도 있다. 신규 기업이 플랫폼 시장에 활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역동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규제와 진흥, 상생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고민할 때다.

#플랫폼 독점#혁신#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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