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서영아]남은 시간 별로 없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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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몸부림 韓中日 3국 3색
생색나지 않더라도 앞장서는 리더십 절실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한국 중국 일본은 시간차는 있지만 모두 저출산 고령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고령자 비중 28.7%(2020년)인 일본이다.

2017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81)이 노인 모독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소비에 소극적인 일본 노인들의 성향을 지적하면서 “90세가 되고도 노후가 걱정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TV에 나오더라, 언제까지 살아있을 생각인지”라고 했다. 아베노믹스하에 경기 침체 극복을 관장하는 장관으로서 1700조 엔(약 1경8100조 원)에 이르는 개인 금융자산을 아무도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보다 앞서 아소는 사회보장 개혁이 한창이던 2013년에는 “공공선을 위해 늙고 병들어 허깨비 같은 삶은 이제 포기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전 세계적 지탄을 받았다. 그의 망언 시리즈는 미국 노년학자가 쓴 책에서 정부가 노인을 바라보는 적대적 시선을 드러낸 예로 언급됐을 정도로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할 때 임명된 아소의 ‘부총리 겸 재무상’ 자리는 2019년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로 바뀐 이후로도 여전히 탄탄하다.

이런 소동 속에서도 일본의 제도개혁은 진척을 보여 왔다. 고령자의 부를 빨리 젊은 세대로 이전해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속 대신 증여를 독려했다. 손자 교육비, 자녀 출산비, 자녀 주택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사전 증여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대폭 늘려줬다. 2015년에는 30여 년 몸살 끝에 공무원연금과 직장연금을 통합하는 연금개혁을 이뤄냈다. 젊은층의 ‘우리만 손해’라는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도 연금은 2004년부터 점진적으로 납입액을 늘리고 수령액을 줄이며 기대수명과 출산율에 연동해 자동 조절되도록 손질했다.

한중일 중 고령화(2019년 기준 11.5%)는 후발주자지만 인구 감소가 발등의 불이 된 중국의 대응은 더 화끈하다. 7월 하순 시진핑 정부는 저출산대책으로 고강도 사교육 금지 조치를 내놓았다. 1980년 이래의 산아제한 정책 대신 2016년부터 두 자녀, 5월에는 세 자녀까지 허용했지만 1.6명 선을 유지해온 출산율은 지난해 1.3명대로 떨어졌다. 청년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로 교육비와 경쟁부담이 지목되자 극약처방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학생들의 숙제 양까지 지정하는 꼼꼼함을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출산율 새 기록(2020년 0.84)을 갈아 치우는 한국은 어떤가. 7월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한국의 유소년 인구는 161만 명 줄고 고령인구는 279만 명 늘며 ‘일하는 인구’는 339만 명 줄어든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는 재정과 복지 고용 등 경제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한다. 세계 인구학자들이 한국을 흥미롭게 지켜볼 정도라고 하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이 ‘불편한 진실’은 외면한 채 모두가 눈앞의 일상과 대통령 선거판에만 열중한다.

퇴직연금의 쥐꼬리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 멈춰 있고,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건 젊은 세대뿐이다. 평균수명 60∼70세 시대에 만든 공적연금 시스템이 100세 시대에도 통용될 수 없다. 결국 더 내고 덜 받거나 늦게 받거나 해야 한다. 이는 조만간 연금 수급자가 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양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논의를 벌일 판 자체도 깔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래서야 자칫 한국 노인들도 일본처럼 ‘그만 좀 사라져주지’라는 눈총을 받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한중일#저출산 고령화#앞장서는 리더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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