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600조 원을 넘긴 내년 예산안을 작성해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8% 이상 증가할 뿐 아니라 정부 부처들이 요구한 예산에 살까지 붙여 늘린 ‘초팽창 예산’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첫해 400조5000억 원에서 시작된 정부의 지출 규모는 5년 만에 1.5배, 나랏빚도 1.6배로 늘어나게 된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600조 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작년 본예산 558조 원에서 7% 늘어난 597조 원 정도의 예산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등을 이유로 여당이 증액을 요구하고, 20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비상한 상황인 만큼 위기극복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 뒤 증가율을 8%대로 높여 600조 원이 넘는 예산안을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이로써 현 정부 첫해 660조 원이던 국가채무는 내년 말 1060조∼1070조 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델타변이 확산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추가 보상 재원을 내년 예산에 포함시키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거나 ‘부스터샷’ 필요가 커질 때 지금 같은 백신 부족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백신 예산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다만 이렇게 꼭 필요한 예산은 수혜자인 청년층의 호응도가 낮은 단순 일자리 지원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런 노력 대신 예산 규모를 키워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기 내내 7.1∼9.5%씩 예산을 과도하게 늘려온 정부 여당이 대통령 선거가 있는 임기 마지막 해까지 예산을 크게 늘린 건 ‘재정 포퓰리즘’ ‘재정 중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도하게 풀린 재정이 집값, 주가를 더 부추겨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서두르고 금융당국은 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더 늘린다면 통화, 금융정책의 효과만 반감시킬 뿐이다.
게다가 헤픈 정부 씀씀이의 대가는 속속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 대신 청년층이 평생 세금 부담으로 치르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에 따른 1인당 국가채무는 2016년 말 1212만 원에서 최근 1800만 원으로 늘었고 내년엔 2000만 원 선을 뛰어넘는다. 양질의 일자리, 싸고 안락한 주거환경은커녕 미래세대에 잔뜩 늘어난 빚만 떠넘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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