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이 없는데도 가장 빠르게 펜싱 칼을 휘두른다. 한쪽 다리가 없는 선수가 가장 멀리 뛴다. 인간의 능력엔 한계가 없음을 감동으로 확인하는 이벤트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이 24일 개막해 162개국 4400명의 선수들이 22개 종목의 메달 539개를 놓고 기량을 겨룬다. 개회식의 주제는 “우리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
▷신체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추락의 순간에도 희망의 날개가 돋는다. 육상 여자 100m와 200m에 출전하는 전민재(44)에겐 단단한 두 다리가 ‘날개’다. 5세에 뇌염을 앓고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된 그는 “스무 살까지만 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키가 149cm로 작은 편이지만 트랙에만 서면 폭발적 스퍼트로 100m를 14.70에 주파한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100m와 200m에서 3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휠체어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인 김정준(43)은 2005년 공장에서 일하다 절단기에 옷이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두 다리를 잃었다. 그 대신 굵게 단련한 두 팔로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누구보다 강한 스매싱을 날린다. 그는 도쿄 패럴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배드민턴의 유력 우승 후보다. 이번 대회에선 해외 패럴림픽 사상 최다인 86명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14개 종목에 출전해 종합 20위를 노린다.
▷패럴림픽과 함께 경기장의 감동을 장애인 차별 해소로 이어가기 위한 캠페인 ‘WeThe15’이 시작됐다. 전 세계 인구의 15%에 달하는 12억 장애인을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인권 운동으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국제장애연합(IDA)이 주도한다. 19일엔 도쿄 스카이트리,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로마 콜로세움 등 30개국 120여 개 랜드마크에 일제히 이 캠페인의 상징색인 보라색 조명등을 켜는 홍보 행사를 가졌다. 도쿄 패럴림픽이 끝난 뒤에도 10년간 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스포츠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장애인에게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2020 장애인 생활체육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24.2%로 전체 국민 참여율(60.1%)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장애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운동 장소는 ‘집 안’이었다. 장애인용 시설도 드물고, 있다 해도 승강기나 경사로가 없어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를 장애인도 똑같이 즐기는 것, 국내 WeThe15 운동이 여기서부터 출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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