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업 부실·대입 혼란 부를 고교학점제 일방적 강행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00시 00분


교육부가 2025년 도입할 예정이던 고교학점제를 현재 중2 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교육공약으로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2023, 2024년의 경우 단계적 적용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평가 방법과 졸업 기준만 제외하면 전면 시행과 다를 바가 없어 도입 시기가 2년 앞당겨진 셈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달라진 만큼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문제는 학교 현장이 고교학점제 같은 전면적인 변화를 수용할 여건이 되느냐는 것이다.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교사들이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학점제 도입 일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를 강행하면 도농 간, 지역 간 교육의 질에 차이가 나 특정 학군 쏠림과 사교육 의존 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하위권 학생들은 형식적 학점 이수로 학력이 더욱 떨어질 우려도 크다.

고교학점제는 수시 위주의 대학 입시를 전제로 하지만 새로운 대입 제도는 2025년부터 적용된다. 현 중1, 2학년 학생들은 고교에선 학점제 교육을 받고 입시는 주요 대학들의 정시 비중이 40%인 현행 체제로 치러야 한다. 교육과 입시제도 간 엇박자로 학생들이 수능에 유리한 과목만 골라 듣게 되면 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도 없고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고교학점제는 현재 전체 고교의 61%가 연구 및 선도 학교로 지정돼 시범 운영 중인데 학생들이 특정 과목에만 몰리거나 학급 해체로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시범 운영 성과를 근거로 제도의 실효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교사들도 새로운 시도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육부#고교학점제#일방적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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