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과 한파로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의 작황이 악화하면서 국제 커피콩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세계적 기상이변이 부른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 현상인데 성인 1인당 연간 350잔 넘는 커피를 마시는 한국인들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머잖아 기후변화 걱정 없이 품질 좋은 ‘한국산 커피’를 마시게 될지 모른다. 지구 반대편과 생육조건을 똑같이 만들어주는 스마트 팜 기술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2019년부터 경북 포항에서 커피 재배에 도전해온 김일곤 씨(54)는 조만간 1000평짜리 스마트 팜 시설을 지어 커피나무 2000그루를 심기로 했다. 토질만 맞으면 커피 생장에 필요한 열대고원 기후는 자동온실 등 농업기술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강원도 일부 지역에선 커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경북 김천시에서 멕시코 고추 할라페뇨를, 전남 영광군에선 열대과일 애플망고를 키우는 등 기후, 계절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농업이 확대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창업하는 창농(創農)에 미래를 건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작년에만 20, 30대 1362가구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재광 일산쌀농업회사법인 대표(33) 같은 청년농부들은 사람 없이 움직이는 자율주행 트랙터로 경기 고양시 논에 모내기를 하고, 드론을 조종해 농약을 친다.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외국인 근로자 없이 농사짓기 힘든 현실을 스마트 농법으로 극복한 것이다. 스마트 팜 농장을 모바일 기술로 연결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스마트폰을 조작해 갑작스러운 날씨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 청년 농민은 땅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옛 지하상가는 올해 ‘메트로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스마트 팜 솔루션업체 넥스트온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밑에서 3, 4주간 키운 샐러드 채소들을 백화점 식품관, 프랜차이즈 카페에 공급하고 있다. 교육, 문화시설이 부족해 농촌에 가서 살기 꺼리는 사람들 대신 농업이 도심으로 찾아온 셈이다. 올여름 뜨거운 날씨로 야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뒤 유통업체들은 스마트 팜 농장을 신선한 채소 공급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도시의 삶이 팍팍해질수록 목가적 농촌생활을 꿈꾸는 이들은 늘어난다. 하지만 첨단기술로 업그레이드된 농업은 이미 이런 전원생활 수준을 크게 뛰어넘었다. 컨테이너 안에 딸기 재배시설을 집약한 ‘딸기 컨테이너 팜’ 기술을 동남아시아에 수출한 스마트팜 업체 퍼밋엔 대기업,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몰린다. 매년 5%씩 커가는 스마트 팜 산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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