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을 가면 먹어봐야 할 음식 중에 독일식 돼지족발인 ‘슈바인학센’(슈바인스학세)이 있다. 바이에른주 전통 음식인 데다 족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반가운 마음에 맥주 한잔과 함께 주문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러나 슈바인학센은 뜨내기 관광객을 상대하는 큰길가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식당을 잘못 들어갔다간 이가 부러질 만큼 딱딱하고 짜다 못해 쓴 돼지 껍질에 팍팍한 나머지 목이 메어 삼키기도 힘든 속살을 먹을 수 있으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레스토랑 문 앞에서 가게 평점 정도는 확인하시라.
실은 나도 최근에야 슈바인학센을 맛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1kg이 넘는 돼지 뒷다리를 오븐에 넣어 4시간가량 조리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슈바인학센을 세계적인 맥주 축제인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서 접했다. 이후 독일에 갈 때마다 이 음식을 제대로 조리하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나름의 ‘족발 로드’가 만들어졌으니 독일 가는 일이 이전보다 즐거워졌다.
독일까지 갈 수 없을 때는 파리 중심에 있는 피에드코숑(Au pied de cochon) 레스토랑을 찾는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돼지족발’이라는 뜻인데, 1946년 당시 유럽 최대 시장인 파리중앙시장에서 문을 연 후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다.
프랑스인들은 족발과 삼겹살, 돼지 잡뼈, 소꼬리 같은 부위를 선호하지 않는다. 프랑스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해 이 부위들을 자주 찾는 내게 동네 정육점 주인은 혹시 집에 큰 개를 키우냐고 물었다. 당시엔 장난삼아 그렇다 했는데, 이후 주인은 내가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강아지 갖다 주라며 소꼬리와 돼지 뼈를 공짜로 줬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정육점 주인은 어느 날 개를 보고 싶으니 가게에 데려오라고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른 정육점을 가야 했다.
이렇듯 프랑스에선 족발 요리가 흔하지 않은 터라 피에드코숑의 존재는 더 소중하다. 귀여운 핑크빛 돼지가 반짝이며 손님에게 손짓을 하는 이 식당의 네온사인을 보면 왠지 군침이 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식당 문턱에 발을 들여놓으면 고소한 돼지족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야채와 함께 나오는 돼지족발은 바삭하면서 담백한 맛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소주가 없어 아쉽지만 맥주 한잔과도 꽤 잘 어울린다. 돼지 특수 부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돼지 꼬리, 귀, 머릿고기가 한번에 나오는 모둠 요리를 주문해도 좋다.
이곳은 1년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파리의 몇 안 되는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운영 시간을 단축했으나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휴가를 떠난 8월에도 문을 열고 있다.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돼지족발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은 찾는 이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한 행복을 줄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