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5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0.5%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어제 0.25%포인트 올렸다. 15개월간 이어지던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상승기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코로나 발생 이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했다. 이번 금리 인상이 급증한 가계부채와 함께 오른 집값, 주가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것이며 추가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 때 정부는 회복세가 꺾일까 봐 선제적 금리 인상을 반대하곤 했지만 이번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손쓸 수 없이 오르고 정책 수단은 바닥나다 보니 금리 인상을 통해서라도 시장이 진정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연내에 금리가 추가로 올라 1%대에 진입한다고 해도 여전히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한은과 정부가 바라는 자산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억제하자 당장 필요치 않은 대출까지 미리 받아두거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사람이 많아질 정도로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영끌’ ‘빚투’에 뛰어드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자 부담 증가는 민생경제와 일자리에 당장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8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는 0.25%포인트 금리가 오를 때 3조 원 안팎의 이자 부담을 추가로 져야 한다.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직원을 내보내고 대출로 간신히 버티는 자영업자들에게 이자 부담 증가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의 효과를 높이면서 서민의 삶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는 한은과 정부의 치밀한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맞춰 금리를 서서히 올리는 동시에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를 진행해야 한다. 또 불필요한 유동성을 늘릴 재정지출은 줄이면서 살려야 할 기업, 자영업자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고도의 정책 역량이 필요하다. 이런 밑그림 없이 금리 인상, 대출 중단을 ‘부동산 대책’으로 남발한다면 시장 혼란만 더 부추기고 조금씩 살아나던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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