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은 꼭 백신을 맞히겠다고 약속해 줘.” 마흔둘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네 아이의 어머니가 동생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신신당부한 말이다. 텍사스에 살던 이 미국 여성은 평소 건강했고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접종을 꺼렸던 그는 감염된 뒤에야 ‘백신을 맞게 해 달라’고 의사에게 부탁했지만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 미접종자였던 남편 역시 코로나로 숨졌다. 어린 자녀들은 험한 세상에 부모 없이 남겨졌다.
▷젊은층이 백신 접종에 시큰둥한 점은 세계 각국이 비슷하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접종을 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5세 이상은 75%였지만 20대는 55%에 그쳤다. 실제 접종 완료율도 65∼74세는 80%를 넘긴 반면 18∼24세는 50%에 미치지 못한다. 영국 보건당국은 청년층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코로나 감염을 겪은 20, 30대의 경험담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한국 역시 18∼49세의 백신 예약률이 67% 선에 그치고 있다. 3명 중 1명은 현재로선 백신 주사를 맞을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50세 이상의 경우 예약 사이트 먹통 사태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예약률이 80%를 넘었던 것과 대비된다. 젊기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데 굳이 불편하게 접종을 하고 부작용 우려까지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짧은 생각이다.
▷현재 국내 위중증 환자 434명 가운데 약 4분의 1이 20∼40대다. 또 40대 이하의 치명률이 낮다고는 해도 지금까지 41명이 목숨을 잃었다. 젊다고 해서 증상이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증이 아니더라도 감염되면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는 등 불편이 뒤따른다. 젊은층은 활동량이 많아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크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본인은 괜찮을지 몰라도 자기 때문에 감염된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젊은층이 접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을 젊은이들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정부의 백신 공급과 접종 계획이 들쭉날쭉하면서 신뢰가 떨어졌고, 접종 이상 반응이 나타나도 보상을 받기 어려운 점 등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감염 위험을 줄이고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낮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8∼49세는 9월 18일까지 추가 예약이 가능하므로 시간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바로 예약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코로나로부터 자신과 주변을 보호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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