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일요일인 어제 만나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방향을 협의했지만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오늘 예정된 본회의 개의 시간을 1시간 늦추고 본회의 직전에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기로 했다. 여야 내부에서 개정안에 대한 숙고의 시간을 더 갖도록 한 것이다.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지도부는 개정안의 강행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당내에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탓인지 송영길 대표도 숙의론을 펴는 소속 의원들을 만나는 등 “열린 자세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경엔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새 지도부 출범 이후 극복하고자 했던 ‘독선 프레임’이 오히려 강화될 거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
개정안에 대해선 외신기자들의 우려도 쏟아졌다. 27일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와 외신기자단 간담회에선 “국내외 언론매체 99%가 반대하는데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짜 뉴스는 정작 1인 미디어에서 더 많이 발생하지 않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졸속입법 정황도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외신은 개정안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공지했지만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은 “외국 언론도 당연히 개정안 적용 대상”이라고 밝히는 등 당정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가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개정안은 최대 5배 징벌적 배상제 등 자유로운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독소조항투성이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숙의론은 당장 개정안의 처리 속도를 늦추자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결국 비판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덮고 가자는 면피용일 뿐이다. 여당은 강경 지지자들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개정안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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