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6일부터 전 국민의 88%에게 나눠주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세부 지급계획을 어제 내놨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31만 원 이하 건강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 외벌이 가구와 39만 원 이하인 맞벌이 가구, 17만 원 이하 1인 가구 등이 대상으로 1인당 25만 원씩 지역상품권이 지급된다.
전 국민에게 나눠준 작년 5월 1차 지원금과 달리 소득 최상위 20% 계층, 재산세 과세표준 9억 원을 넘거나 금융소득 2000만 원이 넘는 이른바 ‘고액 자산가’는 제외됐지만 여전히 중산층 다수가 대상에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추가된 8%는 맞벌이 가구, 1인 가구로 외벌이보다 소득이 높은 맞벌이 가구가 포함됐고 1인 가구는 연소득 5800만 원 이하 직장 가입자까지 지원금을 받는다.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지 않은 공무원 및 공기업·대기업 직원도 1인당 25만 원씩 받게 된다. 국가채무가 내년에 1000조 원을 넘어서는데도 정부 여당이 대선을 의식해 더 많은 국민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데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추석 전 지급하는 지원금이 들썩이는 생활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외식쿠폰까지 나눠주겠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정책 미스매치’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과중하다며 기준금리를 0.75%로 올렸고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줄이는 등 대출을 옥죄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정부재정 8조6000억 원, 지방재정 2조4000억 원 등 11조 원을 지원금으로 푼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서두르면서 수도권에선 내년 초까지 26조 원 넘는 토지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엔 20조 원짜리 청년특별대책까지 내놨다.
코로나로 생업을 잃은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데 대다수 국민에게 지원금을 고루 나눠 주느라 재정을 크게 축내는 건 적절치 않다. 더욱이 한쪽에선 돈줄을 죄는데 다른 쪽에서 돈을 풀어대는 건 정책효과만 떨어뜨리는 전시성, 선심성 행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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