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어린이 접종 의무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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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는 9월 1일로 예정된 각급 학교 개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델타 변이의 영향으로 하루 1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학교 문까지 열면 감염자가 폭증할 우려가 있었다. 논란 끝에 개학은 계획대로 하되 12세 이상 미접종 학생들은 교내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해 학생 접종률을 높이기로 했다. 더 나아가 미국에선 어린이 접종을 의무화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접종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9일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12∼15세의 43%, 16∼17세의 51%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더 어린 학생까지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국들도 12∼18세 1차 접종률이 50%를 넘겼다. 중국에선 각 지방정부에서 학교마다 접종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2∼17세에 대해 4분기부터 접종을 할 계획이라고 어제 밝혔다. 초6∼고2 학생들에 대한 접종 일정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지만 부모들은 이 소식을 마냥 반기지는 못한다. 1년 반 동안 온·오프라인 수업을 왔다 갔다 하며 생활이 흐트러진 아이를 보면 하루빨리 백신을 맞혀 안정적으로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면서도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접종 이후 심근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뉜다. 신중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에선 19세 이하 감염자 중 사망 사례가 없고 어린이들은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경우가 많아 접종에 따른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고위험군 가족과 동거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 등이 아니라면 접종 여부를 각 가정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반면 델타 변이의 무서운 확산에 따라 더 이상 아동·청소년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고, 사회 전체의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선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도 접종을 권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의 코로나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접종 못지않게 어른들의 접종률부터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교사, 강사가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에 대해 대규모 접종이 진행 중인 해외의 상황을 참고해 부작용을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아동·청소년 접종 방안을 찾아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어린이 접종#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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