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바뀌었지만 TBS 김어준 못 바꿔
박원순 시절 구축한 좌파권력 빗장 탓
KBS MBC 연합 YTN의 새 경영진 인선도
임기 끝나가는 文정권 수중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한 지 5개월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김어준은 서울시민 세금 375억 원(2021년 기준·전체 예산의 72%)을 지원받는 교통방송에서 황금시간대 마이크를 쥐고 있다.
“김어준이 무슨 궤변을 늘어놓든 그건 자유다. 다만 민영방송에 가서 해라. 당신들 주장대로 그렇게 경쟁력이 있다면 민영방송들이 앞다퉈 모셔갈 것 아닌가. 왜 내 세금이 특정 진영의 프로파간다 자금으로 쓰여야 하느냐”는 게 오세훈을 지지한 시민들(최종 득표율 57.5%)의 생각일 것이다.
물론 그런 비판적인 생각과 동시에 김어준류의 방송이 결국은 종기가 썩어가는 걸 잊게 해주는 마취제 역할을 해 좌파진영의 자정 능력을 상실시키는 술잔 속의 달콤한 독약이 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어차피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세뇌와 자기기만의 상호작용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이 들며 눈을 돌려버리고 마는 시민도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유불리를 떠나 공영방송이 특정 이념진영 프로파간다 도구로 공개적으로 이용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그런 불공정에 분노한 시민들의 투표로 시(市)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는 일은 아니다.
아무리 김어준 애청자라 할지라도, 박원순 이름에 이명박 오세훈을, 김어준 이름에 민경욱 강용석 전광훈 등을 넣어서 역지사지해보면, 지금 상황의 불합리성을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의 지속은 오세훈의 무능과 상상력 부족의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좌파권력의 알박기 구조 때문에 새 시장이 움치고 뛸 여지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교통방송 재단이사회는 박원순 시장 시절 구성됐다. 박 시장이 2020년 2월 임명한 교통방송 대표는 임기가 2023년 2월까지 남아 있다.
게다가 올 1월 초 당시 시장 권한대행이 임기 3년의 재단 새 이사장을 임명해 버렸다. 새 시장 선출이 3개월밖에 안 남았으므로 기다리는 게 상식인데 이를 깼다. 시장대행이 좌파진영에 충성하기 위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이사회가 지난해부터 채근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에게 대표나 이사장 해임권한이 있지만 임원추천위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추천위 7석 중 시의회와 재단이사회가 5명을 임명하므로 현 인적 구성상 불가능하다. 권력 교체에 대비해 미리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다.
물론 그들은 교통방송은 산하기관이 아니라며 방송독립성을 주장하지만, 한쪽 이념 진영의 인사들이 정치권력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공영 전파를 이념의 도구로 전락시켜 놓았으면서 방송독립을 내세우는 건 염치가 없다.
상식과 순리를 짓밟는 행태지만 좌파진영에겐 전범(典範) 같은 방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주 3년 임기의 KBS 이사 11명을 추천했다. 새 이사회가 뽑을 새 사장은 12월부터 3년 임기가 시작된다.
MBC도 임기 3년의 방문진 이사진이 새로 선임됐는데 친여 성향이 오히려 더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제 사장의 임기가 2023년 2월까지인데 후임 사장도 이번에 선임된 이사들이 뽑게 된다.
연합뉴스는 1일 임기 3년의 새 사장이 선임됐다. YTN도 이명박 정부 때 해직됐다 복직한 기자 출신이 임기 3년의 사장에 선임돼 이달 중순 취임한다.
이런 선출과정이 형식상은 재단, 이사회 등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청와대나 여권실세들의 의중이 관철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대선까지 반년밖에 안 남았는데, 거의 모든 공영방송·통신사 경영진을 문재인 정권이 최소 3년 찜해 놓는 셈이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문 대통령이 야당이던 시절 제출해 놓고도 막상 정권을 잡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해 버렸다.
정권의 재임 중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단죄는 ‘언론의 추적 취재를 통한 의혹제기→검찰수사’ 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문 정권이 애완견 검사들을 요직에 박아넣는 데 성공함으로써 검찰에서 권력비리 수사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는다.
이제 공영방송 경영진을 확실한 자기편으로 포진시키고, 언론징벌법의 힘으로 민영 언론들의 권력비리 추적·의혹 제기 기능까지 위축시켜 버리면, 퇴임 후를 안전가옥에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친문들의 계산일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실력자들은 물론이고, 눈먼 돈과 사업권을 따내온 자칭 진보인사들, 노조간부들, 영세한 택배 대리점주를 자살로 몰아넣을 만큼 떼법 권력을 휘둘러온 이들이 모두 정권 종료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 모두의 집단적 안전을 위해 검찰 언론 등 핵심 포스트들에 알박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국회의장에게 GSGG를 날린 초선의원의 행동은 마지막 안전판 참호를 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강박감을, “GSGG는 Governer…” 운운하는 변명은 지난해 봄 코로나와 황교안 등의 뻘짓 덕택에 어떤 수준의 인사들이 금배지를 달게 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단선적 사고방식은 언론중재법에 언론계가 반대하자 “파리 모기약 팔지 말라고 파리 모기들이 약국 앞에서 집단 항의 시위한다면 파리 모기를 편들어 줘야 하나”는 논리를 들이댄 정청래 의원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자신들이 만든 모기약이 정작 모기 잡는데 필요한 성분은 다 빠지고, 아내와 아이들의 호흡기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든 불량품이라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수준을 보면 기대난망이긴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임기제 자리를 놓고 온갖 비정상적 수단이 동원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문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조직 내 스탠스에서 한쪽 극단에 서 있는 인사들 등용을 이젠 멈추고 중도적·중립적 인사를 선임해 누가 새 정권을 잡아도 계속 함께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선과 퇴임 후를 겨냥해 자기편들을 알박는 인사를 계속한다면, 정치보복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퇴임 후는 더 위태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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