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원 규모 ‘한국판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이 전문성이 부족한 황현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투자담당 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성장금융은 민간 사모펀드들의 지분이 절반이 넘지만 여러 공기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곳이다. 이 회사 이사회는 황 전 행정관을 이미 투자운용 2본부장으로 내정해 놓고 16일 주주총회에 선임 안건을 올리겠다고 한다.
황 전 행정관 인사가 논란인 이유는 투자 분야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황 전 행정관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전략기획팀장으로 있었고 정부 출범 후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2019년 은행들이 출자한 구조조정 전문기업에 상임감사로 갈 때에도 관련 경력이 없어 낙하산 인사란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그가 맡을 업무는 문 대통령이 2025년까지 22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한국판 뉴딜’ 사업 중 20조 원(민간투자 13조 원) 규모인 ‘정책형 뉴딜펀드’의 운용이다.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 출자분이 먼저 손해나도록 설계해 ‘세금으로 투자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비판이 일었던 펀드다. 막대한 세금이 축날 수 있는 펀드의 운용을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에게 맡기는 건 대단히 무책임한 발상이다.
회사 측은 “임원, 사장이 갖춰야 할 자격을 정한 법이나 규정이 없다”고 하지만 옹색한 변명일 뿐이다. 게다가 이번 인사는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출자자인 산업은행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공채가 아닌 내부 추천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의 ‘자기 사람 챙기기’나 ‘정권 말 인사 대못 박기’가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전체 뉴딜사업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황 전 행정관을 투자 책임자로 앉히려는 인사는 철회돼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