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를 다룰 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독점이 당장에는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이 높아 독점 상태라 해도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있는데 왜 문제가 되냐고 묻는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예로 들어보자. 카카오톡의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건당 20원인 휴대전화 문자를 공짜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연결된 메신저를 통해 여러 명이 대화하고 사진과 파일을 편하게 주고받는다. 갑자기 이용료를 받거나 광고로 도배하지 않는 한 ‘독점 카카오톡’과 이용자의 윈윈(win-win) 관계는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독점이 도움 되는 면도 있다. 모두가 카카오톡에 모여 있는 덕분에 특정인과 대화하려 다른 메신저를 켜지 않아도 된다. 이것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네트워크 효과가 이용자를 옭아매는 록인(lock-in)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이용료를 물리는 순간 모두가 큰 부담 없이 다른 공짜 메신저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용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카오는 어느새 택시부터 금융까지 온갖 분야에 진출했다. 계열사만 118곳에 달한다(삼성그룹 계열사는 59곳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 비중은 86%에 이른다). 카카오 진출 분야 가운데 택시와 헤어숍, 대리운전 등에선 이미 갈등이 첨예하다. 혁신 혜택 대신 수수료 갈등이 두드러졌다.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 카카오톡 없이 가능했을까. 전 국민에게 혜택을 안긴 카카오의 혁신이 골목시장에서 수수료 청구서로 되돌아온 셈이다. ‘아마존 저격수’로 이름을 알리며 미국 최연소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오른 리나 칸은 이렇게 쉽게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독점 플랫폼 기업의 힘을 ‘지렛대’에 비유했다.
야놀자가 가맹 숙박업소의 정보를 이용해 직접 프랜차이즈 호텔을 운영하고, 쿠팡이 입점 업체의 거래 정보를 이용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만들어 전면에 노출시킨다면 이를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카카오가 크고 작은 시장에 속속들이 진출하는 것을 혁신의 혜택으로 볼 수 있을까.
나아가 플랫폼이 몸집을 불릴수록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로 기업 가치가 치솟는다. 이 같은 데이터 독점은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진입을 막는다. 리나 칸은 이를 ‘진입 장벽’이라고 불렀다.
지렛대와 진입 장벽은 시장 독점에 가깝고 혁신에서 멀다. 지렛대와 장벽을 이용한 아마존의 골목시장 점령을 ‘아마존당하다(amazoned)’라고 표현한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당하다’라는 신조어가 공감을 사는 분위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금융시장 등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문턱을 낮춰준 것이 기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없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 역차별은 팍팍한 규제로 숨이 막힌 우리 사회가 플랫폼 기업의 혁신을 인정하고 내어준 소중한 틈새일 것이다. 따라서 그 틈을 통해 혁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혜택을 사회와 나누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불공정,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누적된다면 혁신에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없애고 일괄적인 규제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지금 혁신과 독점 사이 갈림길에 서 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스스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