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 수학·과학 교육으론 미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4일 00시 00분


교육부가 2024년부터 시행할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초중고교 수학과 과학 교육의 강화 없이는 “향후 국가 경쟁력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어제 온라인 포럼을 열고 “미래 사회에는 수학·과학 역량과 디지털 소양을 갖춘 인재가 필수적”이라며 초중고교 수학·과학 수업시간 확대를 포함한 교육 강화를 촉구했다.

수학과 과학은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의 기초 학문으로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필수적이다. 정보기술이나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금융과 보험 업종에서도 수학 지식이 날로 중요해지는 추세다. 미국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수학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행렬을 없앴고, 2015년에는 공간벡터를 덜어냈다. 행렬과 벡터 모두 AI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기하와 미적분이 확률·통계와 함께 아예 선택과목으로 바뀌어 미적분이나 기하를 모르고도 이공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나오게 된다. 과학도 Ⅰ과 Ⅱ를 가리지 않고 두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일선 고교에서는 입시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물리학과나 화학과 지망생들까지 물리Ⅱ와 화학Ⅱ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져 이공계 교육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학생들의 학업 및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내세워 왔다. 초등 1학년의 연간 수학 시간은 85.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2.1시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고 중3(93.5시간)도 OECD 평균(122.4시간)의 76% 수준이다(OECD 2019년 교육백서). 하지만 오히려 ‘수포자’는 늘고 사교육비 증가세는 잡지도 못하고 있다. 쉬운 수학, 쉬운 과학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는 데 필요한 개인과 국가의 역량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경고를 더 늦기 전에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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