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 12일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미사일들이 우리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126분)를 날아 1500km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과 청와대는 “한미 공조 아래 분석 중” “예의 주시 중”이라고만 했고,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세 번째로 그간 주력했던 탄도미사일 중심에서 순항미사일로까지 무기개발 영역을 넓히며 장거리화, 고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개발에서 장거리부터 단거리까지, 나아가 변칙기동이 가능한 미사일까지 다양한 능력을 선보였다. 그런 북한이 이번엔 저고도 비행으로 방공망을 피해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그것도 일본까지 사정거리에 둔 장거리로 개발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3월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거의 6개월 만이다. 이번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에 맞춰 저강도 도발로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순항미사일은 폭탄 실은 무인비행기로서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정확도가 훨씬 높으며 소형화한 핵무기를 장착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이미 1월 당 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무기를 개발했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북한은 각종 신무기 개발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반응은 사뭇 한가로워 보인다. 군 당국은 사전에 또는 사후에라도 포착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1월과 3월 단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발표하지 않았다. 한미 정부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도 ‘통상적 군사활동’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장거리’를 내세우며 대외 발표까지 했다. 미국도 인태사령부 차원의 경고성 성명을 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버릇처럼 “분석 중”이라고만 한다.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지만 한마디 유감이나 우려 표명도 없다. 우리에게도 그에 필적하는 순항미사일이 있다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노력조차 없다. 그러니 북한은 대화도 대결도 아닌 교착상태를 즐기며 거리낌 없이 핵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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