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쟁’의 교훈 [임용한의 전쟁사]〈179〉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4일 03시 00분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제공권(制空權) 장악이다. 숫자상으로는 주변 아랍국 전력의 3분의 1에 불과했던 이스라엘 공군은 개전 첫날 상상을 초월하는 기습 공격으로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공군력을 궤멸시켜 버리고, 멀리 이라크 공군까지 제압했다.

이집트 공군에 358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있었는데 첫날 공격에 274대를 잃었다. 파괴되지 않은 전투기도 운용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비행장, 활주로도 파괴돼 제공권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하늘에서 아랍국가의 전투기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시나이 사막이란 특수한 지형을 감안했을 때 제공권 상실은 지상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후퇴하던 이집트군은 하늘에서 덤벼드는 무자비한 추격자들로부터 끔찍한 피해를 입는다.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승리는 군 수뇌부도 기대하지 않던 완벽한 것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결과를 알기 때문에 쉬운 승리처럼 느끼지만 당시 이스라엘 측은 공격 전 불안에 떨었다. 영공을 지킬 방어부대를 남겨 놓지 않고 거의 전 전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만약 한두 군데라도 기습에 실패했다면 무방비 상태로 상대의 반격을 허용할 상황이었다.

전쟁사에서 보기 힘든 대담한 결단이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전쟁사에 변함없는 철칙은 너무나 일방적인, 대단한 승리에는 반드시 상대의 도움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집트군은 군용기를 격납고에 넣지 않고 방치했다. 이유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적이 습격했을 때 반격 부대를 출격시킬 예비 활주로가 없었다. 적이 공격해 오는데 오인 사격을 걱정해서 발포 금지령을 내렸다. 제일 큰 오류는 공군의 선제공격론을 묵살하고, 국제 여론과 대통령 나세르의 이미지를 위해 먼저 아군이 당한 후에 반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었다. 군이 정치에 개입해도 안 되지만 정치가 군사에 개입해도 안 된다. 그것이 6일 전쟁의 첫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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